[LOL]2019 MSI 늦은 감상평.

1. 유행이란건 참 무서운거다. 엄청나게 인기와 사랑을 받으며 유행에 편승한 존재조차도 유행이 끝난 순간 순식간에 퇴물, 과거의 영광의 존재로 급이 격하되어 버리니까. 축구쪽만 봐도 그렇다. '티키타카' 라는 전술을 적극 수용한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각각 월드컵 우승, 10-11 챔스를 비롯한 트레블을 하자 축구팬들 사이에서 티키타카는 시대를 앞서간 무적의 전술이라는 찬사를 받았었다. 하지만 이후 12~13 챔피언스 리그에서 바르셀로나가 뮌헨에게 0:7, 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네덜란드에게 1:5에 이르기까지, 카운터 전술을 준비해온 팀들에게 개박살 나면서 순식간에 티키타카는 무적의 전술이라는 평가에서 한물 간 전술, 애무축구라는 멸칭으로 격하되고 말았다.

롤도 마찬가지이다. 17년도까지 LCK는 끈끈한 협동 플레이, 그리고 싸움을 많이 하지 않고도 작은 이득을 타워 철거, 오브젝트 획득, 시야 장악, 라인 관리 등의 방법으로 스노우볼링으로 굴려서 큰 격차를 만드는 운영 플레이로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었다. 하지만 18년 이후로는 빠른 타이밍의 교전과 많은 한타가 중심이 되는 '상남자 메타' 가 대세가 되었고, 전투를 피하고 운영으로 격차를 내는 플레이로만 일관해왔던 LCK는 무시무시한 외국팀들의 공격성에 정신 못차리고 얻어맞으며 왕좌에서 끌어내려지고 말았다. 17년까지는 스마트하고 탄탄한 운영의 대가라 불렸던 LCK는 순식간에 '싸움을 제대로 할 줄도 모르고 과감성도 거세된 LCGAY' 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물론 언젠간 이 '상남자 메타' 도 '무식하게 싸움만 해대는 무뇌 메타' 라는 악평을 받으며 대세에서 내려오게 될 날이 오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한국의 롤이 세계의 유행과 대세에서 크게 동떨어져있다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 롤챔스 스프링에서의 SKT는 세계에서도 통한, 혹은 통할 것이라 예측되는 좋은 선수들을 다 끌어모았으니 개인 기량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팀웍도 시즌이 갈 수록 좋아지면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SKT의 전술을 보면 현재 메타와 동떨어져있는 편이었다. 에이스라 할 수 있는 김태민의 탁월한 갱킹과 끊어먹기 능력으로 초반 이득을 보고, 상대가 교전을 시도하면 싸우기보단 회피하면서 오브젝트 관리로 이득을 보는, 지금은 LCGAY라 불리는 교전 회피와 운영지향적인 전술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빠르고 공격적인 메타를 제대로 연구하고 받아들인 팀이 한국엔 그리핀 빼곤 없었고, 그 그리핀조차도 원딜 선수가 원딜을 못하는 근본적인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서 결승에서 박살나면서 SKT는 승승장구 해왔다. 

결국 MSI에서 SKT는 다른 팀들에 비해 여전히 메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었고, 대회가 진행되면서 그래도 공격적인 운영을 어느 정도 해내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결국 4강에서 탈락했다. 현재 LCK 최강팀인 SKT가 이럴진데, 다른 LCK 팀들이 메타를 잘 따라가고 있는가? 라고 의문을 제시하면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할거다.





3. G2는 우승했지만 완벽한 강팀은 아닌 듯 싶다. 개인 기량과 교전 능력은 아주 폭발적이지만 너무 무리해서 던지는 경우도 많다. 솔직히 SKT와의 4강전도 진 경기는 던져서 졌고 이긴 경기도 초중반 잘하다가 나중에 던져서 위험해진 순간이 왔었다. MSI 우승 그 이상을 도전하려면 지나친 공격성을 약간은 절제해야겠지.





4. IG의 중추이자 작년 롤드컵 MVP인 가오전닝은 선수 시절 이현우와 비슷한 점이 하나 있는데, 라이너를 도와주는 정글러가 아니라 라이너에게 도움을 받는 정글러라는 것이다. 물론 가오전닝은 수적 우위를 내세워 오브젝트 싸움을 비롯한 소규모 교전을 이기기 위함이고, 이현우는 정글을 오래 돌며 성장하여 중후반 한타에서 활약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목적은 완전히 다르지만, 자신의 플레이에 라이너들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선 커다란 공통점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라이너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글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아군 라이너들이 기본적으로 상대팀 라이너보다 기량이 반드시 우위여야 하고, 라인전 또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라인전 지거나 비기고 있을때 자기 플레이 편하자고 정글이 불러대면? 지고 있다면 상대 라이너가 더 격차가 크게 성장할 것이고, 비기고 있다 해도 상대가 점차 우위를 가져가게 되면서 게임이 망가지게 된다.

과거 아주부 프로스트는 전반적인 라이너들의 기량이(장건웅 뺴고...)최상위권이었기에 이현우의 왕귀형 성향이 팀에 잘 맞아들었고 팀을 캐리할 수 있는 발판이 됬지만, 이후 라이너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기 시작하자 점차 한계가 찾아오더니 나진 소드에게 결승에서 압도적으로 패배하며 '클끼리' 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MSI 에서 인빅터스 게이밍은 조별 리그에서는 SKT에게 일격을 맞은 걸 빼면 압도적인 성적으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하지만 4강 상대인 팀 리퀴드가 라인전 단계에서 탑과 미드는 어느 정도 대등하게 싸워주고, 바텀은 아예 우위를 점하면서 IG의 라이너들이 가오전닝을 도와주는데 부담을 갖게 하고, 소규모 교전에서는 오히려 팀 리퀴드가 우르르 몰려다니며 수적우위를 가져가고 이득을 크게 챙겨가면서 IG는 무너졌고, 결국 역대급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이현우도 그렇고 가오전닝도 그렇고, 역시 라이너를 키워주는 정글이 아닌 라이너가 키워주는 정글은 파해가 더 쉽고 약점이 더 뚜렸하다는 걸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다.








5. 이번 MSI를 기접으로 현재 한국 롤의 대표 해설진인 전용준 + 이현우 + 김동준, 일명 '전클동'에 까지 화살이 돌아가는 거 같다. 

전클동은 김동준과 이현우과 탁월한 해설실력과 적절한 유머감각을 모두 갖췄기에 최고의 조합이라 할 수 있었다. 날이 갈수록 술집에서 게임채널 보는 아재들이 되버린 스타 시절 엄전김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문제는 해설 실력 및 메타 분석이 언젠가부터 퇴색되오고 있었다. 외국 해설의 경우는 한타가 벌어지면 선수들의 스킬 활용, 전체적인 전투의 상황등을 빠른 어투로 얘기해주는데, 전클동은 언젠가부터 이현우와 김동준은 소리만 질러대고 오히려 전용준이 상황을 해설하는 상황이 나오고 잇다. 

그리고 전클동이 메타 해석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느끼는게, 이미 많이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SKT vs G2 4강 마지막 경기에서 G2가 신드라를 선택했을때 외국 해설진들, 심지어는 롤이 아직 정착한지 오래 안 된 일본 해설진들조차도 바텀 신드라를 예측했고, 전문 해설인도 아닌 인터넷 방송인 흔한까지 '이거 페이커가 리산드라 가져와야 된다.' 라고 하고 있는 마당에 전클동은 페이커의 르블랑만 기대하는 말만 하고 있었다. G2의 원딜인 퍽즈가 한때 미드라이너 출신이었다는 걸 감안했어도 비원딜 신드라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을텐데... 물론 워낙 경력이 오래 된 캐스터이자 해설들인 만큼 쉽게 고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이젠 해설진들까지도 세계 롤 메타에 뒤쳐졌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