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SK 와이번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15년부터 내 응원팀이 몰락하기 시작하여 야구를 거의 안보다 시피했고, 가을 야구만 심심할 때 보기만 한지 어느새 4년째군.







1. 내 응원팀인 삼성의 몰락이 시작된 결정적인 계기는 뭐니뭐니 해도 역시 2015년 한국시리즈였다. 한국의 가을야구는 1위팀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렇기에 역전 우승, 즉 '업셋'이 올해 전까지 4번 밖에 나오지 않았었다. 그 중 2번, 그리고 가장 최근의 희생양이 내 응원팀이라서 문제지... 15년 한국시리즈는 어떤 삼성팬이 안 그렇겠냐만 정말 야구 팬 인생 최악의 흑역사였다. 이미 01년도에 두산에게 당했던 업셋을 두번 연속으로 당했을 뿐더러, 그래도 최선을 다해 싸워서 졌으면 덜 억울할텐데 팀의 4번 타자이자 리그 최고의 4번 타자라는 놈이 타석에서 허우적거리며 춤만 추면서 스파이짓을 해버렸다. 그로 인해 추악하게 패배했으니 당연히 지우고 싶은 기억일 수 밖에.

근데 우리에게 그런 아픔을 맛보게 해줬던 두산이 올해는 오히려 피해자가 됬다. 역대 4번의 업셋 우승 중 2번을 혼자 독식하며 업셋의 상징 구단이라 불렸으나 올해는 업셋의 희생양으로 추락했다. 그것도 정규시즌을 2위와 거의 15경기 가량 차로 압도적으로 우승했는데도 준우승을 해버린거다. 결정적으로 두산의 핵심 타자 중 하나이자 잠실 아이돌로서 팬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선수인 박건우가 한국시리즈에서 무려 24타수 1안타로 완전 폭망해버리면서 패배의 가장 큰 원흉 중 하나가 되었다. 역대 한국시리즈 최악의 타자라는 불명예는 덤이고.

진짜 박건우는... 15년 최형우보다도 한국 시리즈를 더 크게 망쳐버린 선수는 내 인생 동안 못 볼줄 알았는데... 한국시리즈 마지막 아웃카운트의 희생자의 불명예는 최형우에게도 없었다고...




2. 2015년 두산의 역전 우승은 두산의 투타 전력이 본격적으로 폭발한 거지만, 솔직히 윤안임 이 개씨발놈들(난 원래 욕 되도록이면 안 하고 싶은데 이 씨발새끼들에겐 할 수 밖에 없음)이 사고를 쳐서 삼성이 팀전력의 타격이 컸고, 팀 분위기가 개판이었던 것도 크게 영향을 끼쳤을것이다. 그에 비해 올해의 두산은 딱히 팀 분위기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고 전력 누수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전반적인 전력은 전성기 삼성보다도 더 뛰어나고, 그나마 핵심 거포인 김재환과 주요 불펜인 김강률이 이탈하긴 했지만 어차피 두산은 김재환 말고도 박건우, 최주환, 오재일, 양의지 등 강타자들과 이영하, 함덕주, 이현승 등 좋은 투수들을 한아름 보유하고 있는 팀이므로 그렇게 큰 전력누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올해 한국시리즈의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격전을 벌이고 온 SK보다도 오히려 더 지쳐보였다. 투수진은 그래도 SK의 막강 타선을 상대로 어떻게든 실점을 줄여줬지만, 수비는 그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하는 두산 야수진이라고 생각이 안될 정도로 실책을 남발했고, 김재환이 없다 해도 충분히 강력할 거라 생각했던 타선은 앞서서 얘기했던 가을 야구 역사상 최악의 타자였던 박건우를 비롯한 강타자들이 대부분 침묵해버렸다. 심지어는 스트라이크 존도 두산에게 유리했는데도 타선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나아 양의지나 최주환 정도가 고군분투했을 뿐이었다.

정규시즌에서는 타노스나 다름 없었던 두산이 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저렇게 무력했던 걸까... 15년 삼성처럼 병신 같은 짓 저질러서 전력누수 심해지고 분위기 개판 난건도 아니었는데...
















3. 김성근이 경질 된 이후 SK의 왕조는 끝났다. 그리고 SK는 김성근의 팬들에게 '거 봐 우리 야신님 없으니까 니들이 그꼴 나는 거지!' 하는 헛소리나 다름 없는 비난을 들었어야 했다. 나도 그 인간들의 주장에 속아 휩쓸린 적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왕조가 끝난 뒤의 SK는 야신의 탈을 쓴 악마의 시대를 역행하는 야구관으로 인한 혹사 때문에 팀 전체가 지쳤던 것 뿐이었다. 하지만 SK는 새로운 뛰어난 선수들의 활약, 그리고 암흑기에도 팀을 이끌어준 베테랑들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8년 만에 다시 일어섰다. 왕조가 끝난뒤 SK보다도 더 추악하고 꼴불견으로 몰락하고 있는 내 응원팀에 비하면, 놀라운 힘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다시 일어선 SK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품격 있는 팀이다. 전력차 부터 심했고, 김성근 팬들에게 이유도 논리도 없는 비난을 받고, 심지어는 저렇게 편파적인 심판들의 판정까지 받는데도 불구하고 KBO 역사상 5번째 역전 우승을 해낸 SK 와이번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하고 싶다.